스토리1

명동성당으로...

갯버들^^ 2009. 2. 18. 00:46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정호승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추기경 몰래 명동성당을 빠져 나와
서울역 시계답 아래에
눈사람 하나 세워놓고

 

노숙자들과 한바탕 눈싸움을 하다가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과 국을 퍼주다가
늙은 환경미화원과 같이 눈길을 쓸다가
부지런히 종각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껌 파는 할머니의 껌통을 들고 서 있다가
전동차가 들어오는 순간 선로로 뛰어내린
한 젊은 여자를 껴앉아주고 있다가
인사동 길바닥에 앉아있는
아기부처님 곁에 앉아
돌아가신 엄마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다가

 

엄마이 시신을 몇개월이나 안방에 둔
중학생 소년의 두려운 눈물을 닦아주다가
경기도 어느 모텔의 좌변기에 버려진
한 갓난아기를 건져내고 엉엉 울다가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부지런히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와

 

소주를 들이켜고 눈 위에
라면박스를 깔고 웅크린
노숙자들의 잠을 일일이
쓰다듬은 뒤 서울역 청동빛
돔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다.
비둘기처럼



 

궁궐어린이학교 리허설이 끝나고 종묘로 찾아온 딸내미와 함께

명동성당 김수환추기경님 조문을 갔다.....

조문객이 많으리라고 예상을 했지만... 명동성당 입구에서 다시 문상객

꼬리를 찾아 가는데 20분이상이 걸렸다.

그야말로 명동일대 골목 골목을 이어 서있는 문상객

4시간을 기다려 1분 문상을 하고

추운날씨에 몇시간을 기다리면서도 불평한마디없이 순서를 기다리는 전국의 신자들....


 

한시대를 표하는 성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살아생전에도 지금처럼 가까이서 뵌적은 없었지만...



오늘 숭고한 죽음을 애도하는 이 대열에 끼여

내 삶에 또 다른  한땀의 수를 놓았다는 사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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